추억팔이하다가 적어보는 50대 후반 부모님과의 3주간의 유럽여행에서 깨달은 것들.
*본인은 프랑스에서 거주 중이고 엄마아빠의 해외여행경험은 베트남, 일본, 몽골 정도
1. 무조건 여름에 데려와야 한다. 침이 마르고 닳도록 엄빠가 했던 말이 ‘여름인데 시원하니까 너무 좋다’였다. 날씨만족도 최상😍
1.1. 여름에 올 땐 선글라스를 필히 가져오게 해야 한다. 안경을 쓰시는 분들이라면 도난이나 깨짐을 대비해서 2개는 사 오라고 신신당부해야 함. 유럽햇살은 한국 보다 더 내리꽂고 눈 부셔서 선글라스라스 없으면 나가서 돌아다닐 수가 없다. 관광이 안 됨.
2. 숙소는 넓은 외곽에 에어비앤비 독채보단 작은 시내중심가 호텔이 낫다. 엄빠는 나이가 있어서 지하철 20분만 타고 이동해도 피곤해한다. 소매치기 걱정에 신경이 예민했던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았음. 피곤해 보이면 바로 돌아가서 쉴 수 있게 관광지 한복판에 숙소가 있는 게 좋았다.
2.1. 부모님이 흡연자라면 발코니 있는 룸을 예약하면 굿.
내가 비흡연자라 생각 못 했던 부분이라 쓴다. 우리는 열흘정도 내 집에서 잤는데, 아빠가 늘 집 앞 공원까지 가서 담배를 피웠음. 창문 열고 거실서 피우라고 했는데도 한국인의 매너라면서.
발코니 있는 호텔서 잘 땐 도가니 안 아파서 좋다더라.
2.2. 에어비앤비에서 묵는다면 요리는 완벽하게 자식들 몫이다!!! 부모님은 시차 적응하고 새로운 대륙에 적응하느라 진이 빠져서 우리를 도와줄 수 없다. 쌀을 사고 고기를 고르고 쌈채소를 구하고 한인마트에 들러서 4인가족이 먹을 라면을 사 오는 계획을 모두 당신이 해야 한다! 이게 정말 진 빠진다. 쉴 수 없다.
3. 맛있는 현지음식? 그런 건 없다. 제일 좋아했던 건인도음식과 중식당 그리고 kfc.... 당신은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고 하지만 동시에 매운 음식을 찾는다. 매운 음식 먹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 인도, 멕시코 아님 없는 거 알지? 현지맛집을 찾아가는 건 만족도가 매우 떨어짐. 일단 줄 서는 걸 못 견뎌한다.
3.1. 엔간하면 라면을 많이 상비하는 게 좋다. 스위스에서 라면에 맥도널드 사줬더니 얼마나 좋아하 던 지. 컵라면을이고지고온짜증이다녹는느낌이긴했다. 집에서는 늘 한식을 먹었고 호텔에서 잘 때는 한식당을 3일에 2번 꼴로 갔다. 그게 제일 낫다.
3.2. 제일 난감할 때가 주로 아빠는 집에서 대강라면 먹고 싶어 하는데 엄마는 현지식당에서 분위기 내면서 외식하고 싶어 할 때. 와.. 이건 골이 깨진다. 프랑스 한정팁이라면 레스토랑이나 비스트로 말고 브라세리나카페(한국식 카페 x)를 가면 좋다. 가격은 싸고 전통적인(우리가 아는) 메뉴를 팔고 양이 많다.
4. 미술관은 현실적으로 1시간이 한계다. 유럽미술관은 너무 크고 너무 유명하고 너무 사람이 많음. 부모님이 미술에 특별하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건물구경선에서 끝날 수도. 의외로 건축이랑 도시설계 쪽에 관심이 많았음. 어른들은 부동산 때문인지 어느 동네는 어떻고 하는 걸 좋아한다.
5. 엄마아빠도 은근사진에 집착했다. 특히 아빠는 친구들 보내줘야 한다고 오만 것을 다찍고다님. 무언가 뚱해 있을 때(주로 피곤해서 싫증 난 것) 사진구도에 대해서 물어보면 정력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문제는 사진을 찍다 자주 뒤처진다는 것이다. 저 사람도 어른이니 알아서 따라오겠지 생각하자!
6. 해변에 갈 생각이라면 수영복을 가져오도록 반드시 강요를 해야 한다. 한국에 선 어떻게 외국 가서 헤엄을 치나 하면서 머뭇거리더니 할머니들이 비키니 입고 잘만 노는 걸 보고 당신도 들어가고 싶어 했다. 급하게 h&m에서 비키니를 사서 입수했다. 수건이랑 물놀이용품을 쥐어줬더니 최고의 가이드소리를 들었다.
7. 부모님이 짜증을 낸다면 망설임 없이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이짜증은 다양한 이유를 하고 있지만 이유는 오직 하나, 그냥 피곤해서이다. 일단 숙소에 넣어놓고 쉬게 한다면 그날 저녁에 높은 확률로 일정취소 돼서 어쩌냐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8. 유명한 건 다 해보고 싶어 한다. 스위스에선 퐁듀, 파리에선 에펠탑, 유람선, 루브르 등 그냥 하게 하는 편이 좋았다. 어차피 아는 것도 많이 없어서 일정에 무리도 안됨. 해보고 싶어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진심으로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단 친구들한테나 그것도 해봤다~~ 소리를 하고 싶어서인 듯했다.
9. 그리고 외국살이 하는 자식이라면 본인이 생각하는 유럽과 거주국의 단점에 대해 입 닫고 있는 편이 낫다. 엄마아빠가 프랑스가 좋다고 칭찬을 할 때마다 울컥하는 마음에 실상은 안 그렇다고 항변하곤 했는데 분위기이상해진다. 이 양반들은 여기 놀러 온 거고 여기가 너무 좋아 보이니 초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10. 결과적으로 이 여행의 목적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함임을 상기해야 한다. 날씨가 구려도 도둑을 만나도 내가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이 와도 함께 있는 게 소중하다는 걸 자꾸 되새겨야 한다.
11. 60년대생 한국인들 정말 어마어마하게 수동적이다.‘지금 기분이 어때? 이거 하는 게 좋을 거 같아?’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을 전혀 못한다! ‘엉...? 뭐라고...?’ 하면서 대답을 회피함.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여행원의 의견을 수렴해서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결정> 안된다. 독재자가 되어야 한다.
12. 예산에 관해서 : 간식비를 꼭!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식당에서 세끼 내지 두 끼 먹는 거만 식비가 아님. 특히 젤라또 한 덩이에 3유로 육박하는 고물가에 4인가족이면 후식으로만 2만 원 가까이 나가게 된다. ’ 목마르다 ‘하면 사 마셔야 하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물? 다 돈이다.
13. 엄마아빠는 일찍 일어난다. 고로자식들 깨기 전에 뭘 먹어야 한다. 이래서간식구비가중 요하다. 호텔조식도 그래서 신청하는 게 낫다. 하루 가서 같이 먹으면 다음날은 나 자는 동안 둘이 가서 느긋하게 먹더라.
14. 전반적으로 오은영리포트에서 본 모든 노하우를 동원하는 게 성공포인트. 이들 이내자식이라고 생각하자.. 자꾸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면 좋은 말로 역정 내지 않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그럼 도둑맞아^^ 집어넣어~~’라고 말해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15. 이건 너무 개인적일 수 있지만, 엄마는 아빠를 좋아한다! 난 이게 너무 충격이었다. 그러니까 이성적으로 엄마가 좋아하는 코스로 데려가면 아빠는 빼는 게 효율적인데, 그럼 엄마가 시무룩해진다. 불평불만해도 같이 가고 싶어 하더라. 엄마 남자친구라 생각하고 잘해주자.
16. 혹시나 인솔자(aka. 자식)가 둘 이상이라면 누가 그날의 책임자인지를 명확하게 정해야 함. 가족여행에서 민주적 의견모음은 애당초에 불가능하다. 누군가가 결단을 내려 야하는데 일이 잘못됐을 때책임소재가 불분명하면 감정싸움 나기 십상이다. 덮었으라는 게 아니라 결정권자가 한 명이어야 한다.
모두 편안한 가족여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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